해적: 도깨비깃발은 쩨쩨한 로맨스, 탐정: 더 비기닝을 연출한 김정훈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미 흥행에 성공한 전작에서 이어지는 후속 시나리오가 있었고 어드벤처 장르를 연출해보고 싶었던 김정훈 감독은 두 아들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에 해적: 도깨비깃발을 작업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주연을 맡은 손예진, 김남길, 유해진과 같은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이 불발되면서 캐릭터들과 배우진들을 전면 교체했고 때문에 후속작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전작과 연관된 스토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해적: 도깨비깃발 줄거리 소개"
고려의 장군이었던 우무치는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으로 고려가 멸망하자 부하들과 의적을 만들어 활동합니다. 하지만 관군에 쫓겨 바다로 도망가다 배가 난파되었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마침 지나가던 해적 해랑에 의해 구조됩니다. 이후 우무치는 해랑의 해적단에 귀속되지만 해랑은 우무치에게 의적이 아닌 해적이 되어 자신을 따르기를 강요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우무치는 해랑의 해적단을 떠나지만 우무치가 고려의 장수가 숨겨둔 보물을 가리키는 지도를 훔쳐간 걸 알고 해랑의 해적단은 다시 우무치를 쫓기 시작하는데...
"전편과 비슷한 설정과 스토리"
영화의 스토리는 전작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캐릭터들의 역할도 비슷합니다. 산적이 해적과 우연히 합류하면서 보물을 찾는다는 설정, 산적의 두목은 남성이고 해적의 단주는 여성이며 두 사람이 나중에는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는 점, 산적과 해적의 보물찾기를 훼방 놓으려는 장수 출신의 빌런이 등장한다는 점등, 수하들 중 유머 담당 캐릭터가 있다는 점등, 영화는 전작과 거의 똑같은 지점을 공유하며 관객들에게 익숙함으로 다가오지만 이 익숙함이 영화의 결말에 이를수록 진부함으로 변질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나마 전작은 역사적 배경을 조금이라도 따라가려 했습니다. 이성계의 위화도회군, 명나라 황제의 조선에 대한 일방적인 조공 협상과 국새의 존재와 분실 등, 이렇게 바뀌지 않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해군과 산적의 유쾌한 분투는 그들의 모험에 대해 동기를 부여하고 관객들이 그들에게 공감과 매력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딱히 관객들이 해적과 산적의 모험에 동조할만한 스토리나 에피소드를 거의 보여주지 않고 무작정 보물을 향해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단편적인 모습만을 조명합니다.
"강조된 유머, 애쓰는 배우들"
영화는 전작보다 모험적인 요소와 함께 유머를 한층 더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와 같은 배우들이 쉴틈없이 계속 관객들을 웃기게 하려고 애쓰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에서 세 주연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들의 개그 타율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배우들의 톤이 어색한 하이톤으로 이질감을 주는 것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영화가 항상 인위적인 돌발상황과 유치한 대사로 관객들을 억지로 웃기려고 계속 시도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게 합니다.
여기에 일관적으로 가볍게 장난치는 태도로 모험을 지속하는 해적의 모험은 긴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나마 전작에 등장한 해적의 단주 여월은 진중한 캐릭터로 그려졌고 산적의 두목 장사정이 가벼운 망나니 캐릭터로 그려지면서 두 사람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보였지만 이 영화의 모든 캐릭터가 개그 캐릭터로 전락하면서 영화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진지한 분위기가 소실되고 해적들과 산적들의 실없는 행동과 농담 따먹기만 남아 영화의 패턴도 단조롭게 전개됩니다.
"차라리 2014년에 개봉한 이전 작품을 보는 걸 추천"
해적: 도깨비깃발은 여러모로 아쉬운 단점이 많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보물을 찾는 과정은 신선한 점이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시종일관 남발하는 유머의 타율은 그리 높지 못합니다. 차라리 8년 전에 개봉한 손예진, 김남길, 유해진이 출연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보는 것을 추천드릴 정도로 해적: 도깨비깃발이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상업적 영화로서의 큰 재미를 전달하지 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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