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메이커는 나의 ps 파트너,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작품입니다. 변성현 감독은 데뷔작 나의 ps 파트너를 흥행시키고 다음 작품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시나리오를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로맨스 영화 연출 후 바로 누아르 장르의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잘 진행되지 않았고 이에 시간 나는 틈틈이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킹메이커입니다. 변성현 감독은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인 김대중의 자서전을 읽고 책에서 흥미롭게 표현되는 엄창록을 눈여겨봤으며 엄창록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는 이미 수년전에 만들어졌지만 코로나로 인해 수차례 개봉이 연기되었고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겨 공개할 고민도 해봤지만 변성현 감독 본인이 극장 개봉을 강력하게 원했기에 우여곡절 끝에 2022년 1월에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대선 선거에 정치 영화가 개봉하게 되어 여러 오해의 논란도 있었지만 감독 본인이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를 위한 영화도 아니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영화 킹메이커 줄거리 소개"
1960년대 대한민국, 동네 약방을 운영하던 서창대는 계속 선거에 패배하며 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김운범을 도와 세상을 바꾸고자 합니다. 여러번 직접 쓴 편지를 김운범의 사무실에 보내 자신의 뜻을 밝혔지만 김운범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자 서창대는 김운범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김운범에게 자신의 뜻과 포부를 말하고 결국 김운범은 서창대를 자신의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로 하는데...
"뜻은 같지만 뜻을 이루는 방식이 다른 두 사람"
서창대는 그 당시 아무도 생각못했을 선거전략으로 김운범 국회의원 당선의 일등공신이 되지만 대부분이 대중의 전면에 밝히지 못하는 네거티브 전략이었기에 서창대는 김운범의 그림자가 되어 활동합니다. 처음에 두 사람은 큰 충돌 없이 함께 하지만 김운범이 신민당의 대선후보의 자리에 올라서고 일등공신인 자신이 여전히 그림자의 위치에 머물게 되자 서창대의 신념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신념은 일치했지만 이상을 실현시키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김운범은 정공법을 통해 국민들의 민심을 얻어 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랬고 그렇기 때문에 김운범의 우선순위는 다른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서가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서창대에게 국민은 그저 선거에서 이용하기 쉬운 요소 중 하나에 불가했습니다. 자신만의 선거전략으로 국민들을 웃게 하기도 하고 화나게 하기도 하며 지역감정으로 서로 싸우게 만들어 자신의 진영에 유리하게 써먹는 장기판의 말에 불과했습니다. 서창대의 우선순위는 자신이 돕는 후보가 우선순위이고 그 이면에는 후보의 당선을 도운 자신의 공천을 기대하는 바탕이 깔려있었습니다. 대의나 정의를 위해서는 편법도 필요하다는 서창대의 논리는 김운범보다는 오히려 박정희의 공화당에 어울리는 선거전략이었기에 영화의 결말에 이를수록 두 사람의 갈등은 표면화되기 시작합니다.
"김운범에게 내쳐진 서창대의 결단"
두 사람의 갈등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던 찰나에 김운범 부부가 외출한 사이 김운범의 자택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김운범 진영에서는 공화당의 모략이라 주장했지만 공화당은 김운범 진영의 자작극으로 몰아갑니다. 이에 공화당의 사주를 받은 경찰이 김운범의 참모진들을 수사하기 시작하고 경찰은 이 모든 사건의 주모자로 서창대를 지목합니다. 이 때 김운범 선거 진영은 공화당의 모략에 공감하며 서창대를 의심하고 결국 이 일로 김운범은 서창대를 잘라냅니다.
이 때 외톨이가 된 서창대에게 박정희의 정보국 이 실장이 접근해 공화당의 편에 서서 선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배신감으로 사리 판별을 할 수 없었던 서창대는 박정희 대통령의 3번 연임을 성공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후 정치 세계를 떠난 서창대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얼핏 보면 영화는 서창대의 신념과 방식이 잘못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거대 정당인 공화당을 상대로 서창대의 방식은 필수 불가결한 게릴라 전략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박정희의 공화당은 막대한 돈을 선거에 이용하거나 편법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었기에 김운범의 신민당은 정공법으로는 승산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에 영화의 결말에서 서창대가 공화당의 편으로 돌아서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신민당을 우왕좌왕하게 만드니 김운범의 대선 패배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도 보입니다. 결국 패배하더라도 대의명분을 챙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서 승자로 기록될 것인지... 영화는 그 어느 편에 치중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킹메이커는 선거를 게릴라전이라고 말했던 엄창록의 역사적 사실과 창작된 부분을 조금 섞어 만든 작품입니다. 지금의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최초로 구상한 엄창록은 대중을 선동하고 조종하는 데 능숙해 한국의 괴벨스로 불리지만 이 능력을 십분발휘해 김대중 국회의원 당선을 도왔으며 김대중을 대선후보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화당과 같은 반대 진영에서도 엄창록의 선거전략에는 감탄할 정도였으며 자신의 진영에 영입하려는 시도도 몇 번이나 이루어질 정도로 명과 암이 확실한 인물입니다. 영화는 엄창록이 활동했던 1960 ~ 1970년대 대한민국 정치판을 비추고 있으며 역사적 인물들을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등 화려한 배우들이 각각 맡아 열연을 펼치기 때문에 잘 만든 연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몰입감이 높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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