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g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스포

freemaden 2021. 12. 29. 23:39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사코, 해피 아워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가 공개된 후 외국영화 중에서는 최초로 뉴욕비평가협회 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각 유수의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영화가 끝난 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2시간가량의 공개 대담을 이어갈 정도로 봉준호 감독은 더 이상의 칭찬은 없을 정도의 호평을 내렸으며 이동진 평론가 또한 이 영화에 만점의 평가를 내리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소설집 중의 하나인 드라이브 마이 카를 원작으로 짧은 소설의 이야기를 좀 더 확장시키기 위해서 다른 단편 셰에라자드와 기노의 설정을 빌려왔으며 러시아의 작가 체호프의 4막 희곡 바냐 아저씨의 이야기를 영화의 이야기에 접목시키면서 영화는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액자형 방식으로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줄거리 소개"

 

연극 배우 가후쿠는 아내이자 드라마 작가인 오토가 남자 배우들과의 외도를 알고 있지만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 모른척하고 아내를 평소처럼 대합니다. 어느 날 오토는 가후쿠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하지만 가후쿠는 일부러 집에 늦게 귀가하고 집에는 아내가 뇌출혈로 인해 숨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아내가 들려준 괴이한 여고생의  이야기"

 

오토는 가후쿠와 성적인 관계를 통해 영감을 받아 드라마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습관이 있습니다. 오토가 사망하기 전 가호쿠는 아내와의 관계 후 아내가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를 듣게 되는 데 한 여고생이 짝사랑하는 남학생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여고생은 남학생의 집 열쇠가 숨겨진 곳을 발견하게 되고 매일 남학생의 집에 들어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돌아옵니다. 여느 날처럼 남학생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던 여고생은 누군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집에 들어온 남자와 마주치게 되는 데 그 사람은 남학생이나 남학생의 부모가 아닌 빈집털이범이었습니다. 빈집털이범은 여고생을 즉시 제압하려 했고 여고생은 강하게 저항하다 빈집털이범을 살해하면서 급히 그 장소를 떠납니다.

 

 

다음 날 여고생은 학교에서 짝사랑하는 남학생과 마주쳤지만 남학생은 평소와 변함없는 모습이었고 여고생은 이를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남학생 입구 근처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들을 모두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 여고생은 부끄러움과 죄책감으로 남학생 집 근처의 CCTV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것을 끝으로 오토의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오토의 이야기를 가후쿠는 아내 생전에 전부 듣지 못했고 여고생이 괴한을 살해하는 뒷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2년 후 오토와 불륜관계인 다카츠키에게 듣게 됩니다. 아마도 오토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불륜의 행동들을 남편인 가후쿠에게 고백하려 했지만 가후쿠는 아내의 고백을 듣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아내의 이야기 속 여고생은 그동안 아내가 불륜으로 인해 느꼇던 죄책감에 의해 만들어진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로 비춰지고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하며 회피했던 남학생은 남편인 가후쿠로 대비됩니다. 다가츠키에게 아내의 이야기 후반부를 전부 전해들은 가후쿠는 자신이 문제를 감추고 회피한 것 때문에 아내가 사망한 것이라 생각하며 더욱 더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또 이때부터 가후쿠는 지금까지 아내와의 소통을 외면하고 감추려했던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내면 깊은 곳의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대면하게 됩니다.

 

 

"운전기사 미사키의 역할"

 

가후쿠는 아내가 사망하고 2년 뒤 히로시마 연극제에서 바냐 아저씨를 연출하게 되고 그 곳에서 각 나라의 배우들의 오디션을 통해 배우진을 구성합니다. 하지만 연극제위원회에서는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운전수를 채용하면서 가후쿠의 운전을 맡겼지만 아내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차를 타인에게 맡기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던 가후쿠는 위원회의 권유를 완강히 거부하다 미사키의 뛰어난 운전실력을 직접 보고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넘겨줍니다. 연극제를 준비하는 2달 동안 미사키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가후쿠를 관찰하며 가후쿠가 그동안 감춰왔던 내면의 감정들과 마주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합니다.

 

 

특히 가후쿠와 오토 부부의 비극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사망에서부터 시작되는 데 딸의 사망 후 오토는 슬픔에 빠져 배우를 그만두고 작가로 변모했으며 이 때부터 그녀는 남자와의 관계를 거친 후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결국 딸을 잃은 슬픔에 대해 억누르던 감정의 표현이 일그러진 습관으로 이어지면서 가후쿠와 오토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어쨋든 그 딸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마침 운전수 미사키와 동갑의 나이기에 가후쿠는 조금씩 미사키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고 또 미사키도 가족의 상실에 관련되어 가후쿠와 비슷한 일그러진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가후쿠가 연출하는 연극 바냐 이야기에서도 세상의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세상에 대한 분노와 좌절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바냐 아저씨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소냐라는 소녀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데 이 이야기의 소냐의 역할이 미사키와 동일시 되면서 미사키는 가후쿠의 변환점에서 내면의 미로를 가이드하는, 말 그대로 가후쿠가 가야 할 영화의 종착지까지 데려다주는 운전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상처를 극복하는 희망적인 영화의 결말"

 

가후쿠는 운전수 미사키, 아내의 불륜 상대인 다카츠키, 또 수화로 연기하는 이유나 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감춰뒀던 자신의 아픔과 상실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과거 아내와 풀지 못했던 분노와 좌절의 감정을 풀어냅니다. 가후쿠가 과거를 극복했다고 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 가후쿠가 바냐 아저씨의 바냐를 연기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가후쿠는 아내와의 풀어내지 못한 감정들로 인해 자신의 감정이 격하게 이입되는 바냐를 연기할 수 없어 연출로 참여한 것이었지만 바냐를 연기하기로 한 다카츠키가 불의의 사고로 빠지게 되면서 가후쿠 본인이 바냐를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가후쿠는 관객들 앞에서 바냐의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면서 자신 안의 깊숙이 자리했던 문제를 극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소통의 단절이 가져오는 비극으로 시작해 주인공 가후쿠가 이를 극복하는 다소 희망적인 결말로 마무리되는 작품입니다. 어쩌면 단편적인 교훈의 메시지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강한 여운이 남는 건 이 영화가 현대인의 다수가 겪는 관계에 의해 갈등을 유발하는 감정을 스스로 감추고 이로 인한 진정한 소통의 단절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의 연관성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고민하고 그 결과를 만들어내게끔 이끄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되는 차 안에서의 대사나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도 가볍게 지나치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사가 지닌 에너지가 강력한 이 영화는 관객에 따라 여러 의미와 해석을 부여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세 시간의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이 주인공 가후쿠와 함께 내면을 성찰해가는 밀도 높은 과정을 겪어야 하기에 관객들의 기호에 따라선 호불호가 나뉠 수 있습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