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log

[에세이 도서리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freemaden 2019. 4. 24. 23:15

" 치료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내지 않는 우울증들 "

 

우리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회가 우울증이라는 질환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 때문이겠죠. 그렇게 해결되지 못하고 쌓여서 고통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지침과 위로가 되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완벽을 요구합니다. 완벽이란 단어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됩니다. 외모, 업무 완성도, 학력, 사회 친화력 등 모든 것들을 개인이 아닌 사회 집합체에 맞추는 걸 거의 강요하기 때문에 개개인은 기준에 적합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 돈을 소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서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 기준에는 도달했지만 자신의 만족에 차지 않아 불안에 떠는 사람들, 모든 것을 갖췄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이 들어 삶에 지쳐버린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이 정도에 따라서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불행하게도 개개인의 정신적 질병을 살펴볼 만한 여유마저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나는 늘 혼자이고 싶으면서 혼자이기 싫었다. 의존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할 땐 안정감을 느끼지만 불만이 쌓이고, 벗어나면 자율성을 획득하지만 불안감과 공허함이 쌓이는 상태, 매번 상대에게 지독하게 의지하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대했다.

 

- 33p 중에서 -

 

난 스스로에게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고,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고, 내 편이 필요하다.

 

- 33p 중에서 -

 

" 혼자이고 싶으면서 혼자이기 싫은 고슴도치 딜레마 "

 

위의 저 글은 저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아프고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소위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하죠. 남과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얽매이기는 싫은... 저는 저 성향이 강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얻었지만 그 관계를 끝까지 지속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호감을 갖고 먼저 다가와준 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가 되기는 때때로 싫기 때문에 어쩔 때는 관계에 목마른 사람처럼 아무 관계나 다 형성해 놓고 감당이 안 돼서 잠수를 탄 적도 있어요. 지금은 다 지나버린 얘기지만 현재에도 그때 제 모습을 생각하면 제 자신이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아닌 모습을 나처럼 위장하면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난 어설픈 포장이, 아닌 척하는 모습이 정말 싫다. 대담하지 않은 사람이 대담한 척하는 것만큼 어설픈 건 없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자신감 넘치는 척하는 것만큼, 위축되는 사람이 위축되지 않은 척하는 것만큼 말도 안 되고 나쁜 해답이 어디 있을까. 힘이 안 나는 사람이 억지로 힘 나는 척하는 것만큼 애잔하고 슬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

 

- 165p 중에서 -

 

위의 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허세라고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안의 허영심과 허세를 타인과의 관계에서 방패막이로 내세웠던 적이 한둘이 아니에요. 지금은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옛날 버릇이 한 번씩 나올 때마다 제 자신을 경멸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무대 위의 피에로를 자처하는 것 같아서 자존감이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 허세와 허영심으로 나 자신을 포장해서 한순간 남의 환심을 산 경우도 있었지만 어차피 한순간의 연기이기 때문에 저라는 사람의 밑천은 금방 바닥나더군요. 결국 남에게 유능하고 유머 있고 자신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 위한 제 허무한 욕심 때문이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제자리로 돌아와 제 자신으로 온전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찌질한 나를 받아들여야 있는 그대로의, 그러나 노력하려고 하는 찌질한 상대 역시 받아들일 수 있다. 내게 가하는 과도한 자기 검열은 상대에게도 그대로 가해지고, 끝없이 상대를 평가하고 내 기준 안으로 속박시키려고 한다. 

 

- 171p 중에서 -

 

노답 인간은 차치하고, 누구나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일단 나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보잘것없는 내게 더 이상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하루에 하나씩 뭔가를 알거나 깨달아가길 바랄 뿐.

 

- 172p 중에서 -

 

어쨋든 삶은 낭만과 냉소를 오간다. 그 뜨거움과 차가움의 경계를 넘나들 때 지루함은 자취를 감춘다. 가장 두려운 순간은 미지근한 순간이다. 뜨겁게 느낄 틈도 차갑게 돌아설 틈도 없는, 가장 미지근하고 무감각한 순간. 그 순간의 우리는 송장과 다를 바가 없다.

 

- 207p 중에서 -

 

일이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는 감각이 무감각해질 때가 많습니다. 퀭한 눈으로 지하철 문에 비친 어스름한 나를 바라보면서 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곳을 응시하는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휴무 때도 하루 정도는 멍하니 있는 것 같아요. 무기력함은 정말 무서운 감각입니다. 사람을 가위눌린 것 마냥 꼼짝을 못 하게 하니까요. 이 무기력함을 피하기 위해서 글도 쓰고 계획도 세우는 것 같아요. 글을 쓰다 보면 나도 알지 못했던 내면의 것들이 대부분 떠오르기 때문에 좀 더 깊은 감각을 느낄 수 있거든요. 계획도 앞으로 개선되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좀 더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저 자신한테 엄청난 기대와 욕심을 바라지는 않아요. 금방 지쳐버리기도 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해서요. 지금은 간단히 할 수 있는 일부터 한 걸음씩 걸어보려고 시도하는 중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책 읽는 것과 영화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비슷한 부분인데 책과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다른 것들을 잊고 사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냈다는 점에서... "

 

책 제목도 특이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이 책의 반응이 꽤 괜찮은 걸로 압니다. 이미 후속편도 준비 중에 있다고 하죠. 이 말은 즉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저 또한 그렇고요.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을 보는 것처럼, 제 일기를 읽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솔직히 상담 기록보다도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적어 놓은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했어요. 별로 꺼내고 싶지 않았던 생각들을 똑같이 한 사람이 있어서 위로가 되는 반면, 제 자신 또한 저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도 생겼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