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log

[에세이 도서리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freemaden 2019. 4. 21. 15:02

 

 

 

 

" 변화해 가는 가족의 형태 "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자녀를 낳아 가족을 이루는 형태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형태가 최종 형태이면서 당연한 진리인 줄 알았죠. 남성은 여성과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하며 돈을 벌어오고 여성은 자녀를 출산하고 그 후에는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가정의 기능이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0년 쯤에 1인 가족이 증가합니다. 청년들이 가정을 이루기 위한 장벽이 높아지고 개인의 욕구가 커지면서 말 그대로 개인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지금 가족의 형태 변화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고 이제는 남성과 여성의 성 개념과 혈연의 개념을 뛰어넘는 공동체적 커뮤니티가 생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사회생활에서 만나 마음만 맞으면 공동체, 즉 가족을 형성하는 거죠. 

 

이 책은 40대 여성인 김하나와 황선우가 만나 어떻게 가계를 형성했고 어떤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줍니다. 또한 이런 가족의 형태가 기존의 가족의 개념에 비해서 어떻게 효율적이고 개인에게도 더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가족의 형태와 라이프가 이상하다는 생각보다는 부럽고 멋지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김하나와 황선우라는 두 사람의 관계가 혈연의 가족들보다 더 가깝고 애틋했기 때문인데요. 있는 듯 없는 듯한 뻔한 인간관계나 친척들보다는 이  두 사람이 형성한 커뮤니티는 이 각박한 사회에서 꽤나 단단하고 든든해 보입니다.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27%를 넘는다고 한다. 1인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 19, 20p 중에서 -

 

 

 

 

" 동거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 "

 

동거를 한다는 것은 같은 공간과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말입니다. 그 말은 결국에는 서로의 인생을 공유하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서로 다른 성향과 성장을 겪은 사람들이 인생을 공유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동거를 하면서 잦은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요.

 

저는 동거 후 잦은 다툼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다툰 후의 두 사람의 태도와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몇 번 다투고 서로 다름에 실망해서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면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 될 테고 가정 또한 쉽게 파괴되겠죠.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다면 누군가는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그 관계는 더 단단해질 겁니다. 실제로 서로 적응기만 마치고 나면 서로 다름을 알고 있기에 조심할 부분은 서로 조심하게 되고 그러면 싸울 일도 줄어들 테고요. 그 단계가 지나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서로의 여러 가지 순간들을 함께 공유하다 보면 그 공동체는 가족의 정서와 다를 바 없는 가정이 되는 것 아닐까요?

 

어떤 차이는 이해의 영역 밖에 존재한다. 나는 김하나를 통해 세상에 딸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대체로 잊어버리고 살다가 같이 장을 볼 때마다 새롭게 놀란다. 그리고 한 알 한 알 먹어치우는 동안 의아하다가 조금 슬퍼진다. 어떻게 이런 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사람이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같은 걸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을 이해한다고 해서 꼭 가까워지지 않듯,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곁에 두며 같이 살아갈 수 있다. 자신과 다르다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 내리지 않는 건 공존의 첫 단계다.

 

- 51, 52p 중에서 -

 

비슷한 점이  사람을 서로 끌어당긴다면, 다른 점은 둘 사이의 빈 곳을 채워준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과연 함께 살기 좋은 대상이었을까? 아마 가슴속 깊이 이해하면서 진절머리를 내고 도망쳤을 것 같다. 참 다른 김하나와 함께 살면서 나는 조금은 욕심이 줄고, 얼마간 정돈되었고, 약간은 느긋해졌다. 이렇게나 다른 나와 같이 살아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내게 그렇듯이 김하나에게도 때때로 찾아오면 기쁘겠다. 과육이 단단하고 탱글한 육보라든가 달콤하고 새콤한 향이 조화로운 죽향 같은 딸기 종류를 새로 알게 된다거나, 치킨을 같이 먹을 때 내가 좋아하는 다리, 김하나가 좋아하는 날개와 목을 서로 양보라는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나눠 먹는다거나, 그런 작은 여백이 채워지는 것처럼.

 

- 54, 55p 중에서 -

 

 

 

 

" 결혼은 필수조건이라는 낡은 사고방식"

 

앞서 말했다시피 세상은 변하고 있고 가족의 형태 또한 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옛날의 사고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남성과 여성이 사랑을 해서 결실을 맺는 결혼이 결코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축하할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결혼은 선택의 문제일 뿐 반드시 의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인생의 성공에 있어서 필수조건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안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떠들고 낙오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나쁘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결혼 또한 본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판하고 손가락질 할 것이 아니라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불안하고 초조했던 건 결혼을 못 해서라기보다 '결혼 못한 너에게 문제가 있어' 이대로 결혼 안 하고 지내면 너에게 큰 문제가 생길 거야'라고 불안과 초조를 부추기고 겁을 줬던 사람들 때문이라는 걸. 오지라퍼들이 아무리 깍아내린다 해도 나는 내가 하자가 있는 물건도, 까탈스럽고 분수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라는 걸 안다. 다만 몇 번의 연애가 잘 되지 않은 시간이 있었고, 일이 너무 바쁘거나 재미있어서 새로운 사람 만날 시간이 없던 시기가 있었고, 결혼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소개팅을 나갔지만 번번이 상대와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맞지 않았던 때가 있었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와 이제 결혼하지 않은 채로도 잘 살아가고 있음을. 나만이 아는 나의 길고 다채로운 역사 속에서 나는 남의 입으로 함부로 요약될 수 없는 사람이며, 미안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이상으로 행복하다.

 

- 117, 118p 중에서 -

 

 

 

 

 

" 그들만의 공동체와 유대감 "

 

이 글의 공통저자인 김하나 님과 황선우 님은 그들의 지역에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한 느낌입니다. 바로 이웃집에 친한 지인들이 살고 있고 동네 단골로 가는 술집 또한 다 이어져 있는 지인입니다. 때로는 도움을 주고 때로는 도움을 받는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공동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두 분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의 목표 또한 두 분이 살고 있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인생의 좋은 점을 향유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러려면 저부터 두 분처럼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죠. 

인생이 결코 혼자가 완벽한 형태가 아님을, 그보다 더 풍요롭게 다른 사람과 인생을 나눌 수 있음을 알려준 기분좋은 에세이였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