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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후기(전도연의 열연과 충격 결말)

freemaden 2020. 2. 20. 14:36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김용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용훈 감독은 소설을 영화화하기 위해 영화로 연출하기에 어색한 내용들을 빼거나 바꿨으며 특히 정우성이 연기한 출입국 행정관은 소설에서는 본래 직업이 경찰이었지만 한국의 정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항 출입국 행정관으로 직업을 바꿨습니다. 그 외에도 결말 부분도 상당 부분 내용을 교체해 영화에 알맞은 이야기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줄거리 소개"

 

공항 출입국에서 일하고 있는 태영은 전 여자친구인 연희에게 사기를 당해 사채업자 박사장에게 거금을 갚아줘야 하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돈을 갚기로 한 당일 태영은 박사장에게 1주일만 더 말미를 달라고 부탁하고 박사장은 태영에게 마지막 경고를 하며 1주일의 시간을 줍니다. 태영은 돈을 갚기 위해 자신과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의 눈먼 돈을 빼돌리려 하지만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자리에 친구는 나타나지 않고 경찰이 나타나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간 친구의 행적을 태영에게 묻는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탄생한 퍼즐작품"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주인공이 한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처음에 전혀 인연도 없고 상관도 없을것만 같았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결말에 모든 것이 맞춰져 한 편의 완성된 이야기가 되는 것을 감상하면서 이 영화의 스토리와 전개 방식이 독특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친분이나 관련은 없지만 모두 사기를 당하거나 힘든 금전적 상황에 처해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사람이 거액의 돈 앞에서 얼마만큼 일그러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영화 제목처럼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이 아닌 짐승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화려한 배우진들의 연기 앙상블"

 

이 영화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만큼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를 앞세운 연기 앙상블이 영화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높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3,4가지 이어달리기식의 구조로 이어지는데 먼저 전 여자 친구에게 사기당해 큰 빚을 지게 된 태영의 이야기와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고 힘겹게 살고 있는 사우나 알바생 중만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계속된 폭행을 당하는 술집 종업원 미란과 그녀의 사장 연희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얽혀 돈가방을 추적해갑니다.

 

 

최초의 돈가방의 주인이 살해되고 마지막 돈가방의 주인이 우연히 돈가방을 획득하는 과정까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배테랑 배우들의 연기합에서 나오는 긴장감입니다. 제한되고 어둑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극한의 상황을 연출해냄과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한 편의 연극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완성도가 떨어지며 소비되는 아쉬운 캐릭터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몇몇 캐릭터들은 동기부여도 없이 굉장히 인위적이고 단순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자 조선족을 연기한 배우 정가람의 캐릭터는 처음 본 술집 종업원인 미란에게 반해 그녀를 위해 사람까지 죽이게 됩니다.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이는가 쉽더니 몇일지나 죄책감에 자수를 하겠다는 조선족 진태의 캐릭터는 여러모로 모순되고 어색한 캐릭터로 이미지가 남습니다. 캐릭터를 완성해나가는 과정 없이 인물의 행동과 행동에 의한 결말만을 보여준 단순하고 성의 없는 캐릭터입니다.

 

 

전도연이 연기한 연희는 전 남자친구인 태영을 속여 보증사기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태연하게 찾아와 태영의 도움을 빌리고자 합니다. 연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치밀하고 계산적인 인물로 나오지만 갑자기 전 남자 친구 앞에서는 순진한 여성으로 행동하고 또 그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져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남습니다. 결국 남자 친구 태영에게 너무 쉽게 속아 배신당하는 과정은 지금까지 최고의 캐릭터라 생각했던 관객들에게 허무함을 선사합니다.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배우 전도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배우 전도연이 끌고가는 작품입니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연희는 돈 앞에서 굉장히 잔혹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가식을 위장한 체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포식자 같은 느낌입니다. 마치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항상 등 뒤에는 칼날을 겨누고 있는 전도연의 연기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중후한 매력이 있으며 긴장감을 맴돌게 하는 여성입니다. 이 영화에서 강한 인상을 받는 장면들은 모두 전도연의 연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도연은 이 영화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해 보입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사실 굉장히 단순하고 진부해 보이는 이야기로 보였습니다. 갑자기 생긴 큰돈 앞에서 욕심에 눈먼 사람들의 서로 죽이고 속이는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해온 이야기를 김용훈 감독은 이야기의 퍼즐을 뒤섞음으로써 관객들의 흥미와 몰입도를 올렸습니다. 어긋난 퍼즐 속에서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돈에 일그러진 캐릭터들이 걷는 난장판 속은 느와르 장르의 매력과 추리물 장르의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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