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log

[에세이 도서리뷰]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freemaden 2019. 5. 22. 22:54

 

 

자신의 소명을 사랑하면 필시 세상도 사랑하게 된다. 그 밤에 비를 맞으면서 나는 온 영혼을 다해 소리 내어 시를 외웠다. 그리고 나 자신이 '오갈 데 없는 처지' 라거나 '공동체에서 쫓겨난 마귀' 가 아니라 시인이라고 생각하자 얼굴을 때리는 빗방울이, 빗줄기에 춤추는 옥수수 잎이, 촛농이 떨어지는 창턱까지도 축복처럼 여겨졌다. 그런 시적인 순간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이 그것이었다. 이 깨달음은 그날 이후에도 나를 붙들어 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나 자신이 시인임을 기억할 때, 모든 예기치 않은 상황들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 17p 중에서 -

 

모든 상처에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우리를 치료하는지도 모른다. 상처는 우리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돌아보면 내가 상처라고 여긴 것은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과 다르지 않았다. 삶의 그물망 안에서 그 고통의 구간은 축복의 구간과 이어져 있었다. 축복 blessing은 프랑스어 상처 입다 blesser와 어원이 같다. 축복을 셀 때 상처를 빼고 세지 말아야 한다.

 

- 48p 중에서 -

 

이 문제 많은 세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걸으라.

중요한 보물을 발견하게 되리니.

그대의 집이 작아도, 그 안을 들여다보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비밀들을 찾게 되리니.

나는 물었다.

'왜 나에게 이것밖에 주지 않는 거죠?'

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것만이 너를 저것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에게, 삶에게 묻곤 한다. '왜 나에게는 이것밖에 주지 않는 거지?'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것만이 너를 네가 원하는 것에게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삭임을 듣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과의 내적인 논쟁에 시간을 허비한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여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 79p 중에서 -

"나는 누구인가"

 

저 간단한 한 줄의 문장은 제가 최근에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 것이며 나다운 생의 마침표는 어떤 형태일까? 이같은 고민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소명에 대해서 모르고 살다가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명대로 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사회가 정해준 안정된 길로 가는 게 중요하지'라고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소명을 알고 그대로 행하는 것은 나답게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사는  것이기에 커다란 행운이고 남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으니 평안한 안식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자신의 소명대로 살기로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해 보일수도 있고 용기가 필요한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길은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이라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고 자신이 정해야 하기에 고단한 길이 될 것임은 뻔한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세상에 있어야 할 형태로 존재하는 것' 은 그 어떤 우선순위보다도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를 멀리하고 기피하는 이유는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싫어지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행운을 가졌는가? 누군가가 당신에게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 129p 중에서 -

 

"우리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각각 특별한 존재이다. 누구든 항상 그의 무언가를 남기고, 또 우리의 무언가를 가져간다. 많은 것을 남긴 사람도 적은 것을 남긴 사람도 있지만, 무엇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누구든 단순한 우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이다."

 

- 237p 중에서 -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그것이 이유가 있는 만남이든, 한 계절 동안의 만남이든, 생애를 관통하는 만남이든.

 

- 240p 중에서 -

 

"나를 스쳐 가는 사람들, 머무른 사람들"

 

세상에 사람들이 많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두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머무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머무르는 사람들로 선을 그어놓고 대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주로 제가 판단하기보다는 타인이 정하기 때문입니다. 또는 환경이나 사정에 의해 정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이 제 머릿속에 기억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조금은 그리운 기억과 다시 오지 않을 그 완성된 순간에 모두가 있습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제가 존재하게끔 이끌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제가 지금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다는 입장으로 하나하나 또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시인 류시화에 대해서"

 

저는 안타깝게도 아직 시인 류시화 님이 쓴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깐 이 에세이가 처음으로 류시화 님의 책을 읽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해서 깊은 울림과 공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 말고도 다른 책도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찾아보니 제목은 들어본 유명한 책들이 많았습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이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같은 책들이 특히 그랬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는 철학적인 부분을 여러가지 이야기로 예시로 들어서 알기 쉽게 설명했는데 저는 파울로 코엘료 소설인 연금술사랑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람이 구도자의 길로 자아실현을 하는 과정을 쉽게 설명되어 있는데다가  위의 글 말고도 공감할 수 있는 글감들이 많아서 꼭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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