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log

[에세이 도서리뷰] 걷는 사람, 하정우

freemaden 2019. 5. 8. 19:00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내가 오를 무대 한 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긴 싫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 10p 중에서 -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추워지면 외투를 입는 것처럼 나는 기분에 문제가 생기면 가볍게 걸어본다. 누구에게나 문제없는 날은 없고 고민 없는 날도 없다. 고민이 내 머릿속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와서 어깨 위에 올라타고 나를 짓누르기 시작하면 나는 '아, 모르겠다, 일단 걷고 돌아와서 마저 고민하자'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 63p 중에서 -

 

" 성공적인 영화 배우 하정우 "

 

저에게 배우 하정우는 배우로서 이미 많은 부분을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성공한 작품이 여러 개이고 대중들의 평가도 호평일색입니다. 뿐만 아니라 배우 하정우는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 화가, 감독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저에게는 슈퍼맨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작업과 직업군에서 활동할 수 있었는지, 그 동기와 계기가 궁금해서 작가 하정우가 쓴 에세이를 꼭 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저 또한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인생의 벽에 막히거나 혼란스러울 때, 너무 기분이 좋아서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을 때 항상 걷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걷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회가 주어진다면 걷는 것은 시작하기에도, 계속하기에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이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걷는다는 것, 이 투박하고 촌스러운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를 통해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하와이에서 내가 배우라는 것조차 잊은 채 대자연에 풀어둔 동물처럼 원없이 걷고 먹고 숨 쉰다. 때로는 이런 삶이 정말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일 년 내내 이렇게 지낼 수는 없겠지만, 바쁜 일정이 이어지는 틈 바구니에 단 며칠의 휴일이라도 생기면, 나는 하와이로 떠나 마냥 걷고 싶어 진다.

 

- 90p, 91p 중에서 - 

 

"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사람마다 본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휴양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국내든, 해외든 그곳으로 가서 특별한 이벤트를 체험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잘 먹고, 잘 걷고, 잘 자는 것이 최고의 휴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최근에 여행을 갔다 왔는데 제가 사는 집과는 다르게 너무나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도 안 하게 되고 오로지 자연스러운 나, 자유로운 나로 살고 있음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매일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이 글 문장에도 쉼표가 있듯이 긴박한 삶 중간에도 쉼표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나중에 버티고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시간을 쌓아가는 것뿐이다. 나는 내가 지나온 여정과 시간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해나가지만, 결코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않는다. 어쩌면 확신은 나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오만과 교만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283p, 284p 중에서 -

 

나는 아직 감독의 삶이라는 긴 도정의 초입에 서 있다. 중간 지점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넘어지거나 꽃다발을 받거나 하는 일들은 어쩌면 크게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일희일비 전전긍긍하며 휘둘리기보다는 우직하게 걸어서 끝끝내 내가 닿고자 하는 지점에 가는 것, 그것이 내겐 소중하다.

 

- 289p 중에서 -

 

 

지금의 저는 제가 계획한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에 확신을 느낍니다. 그런데도 저는 또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더하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성공을 원하기보다는 성과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제 인생을 바꿀만한 커다란 성공보다는 제가 이 활동을 더 유지하고 조금이라도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희망과 현실적인 성과를 원합니다. 

 

저 또한 예전에는 커다란 결과만을 바라면서 살아왔습니다. 제가 저 자신에 거는 기대가 너무 커서 인생이 마음 같이 안 풀리는 날에는 저 자신을 저주하고 미워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 원망과 욕심이 제가 꿈에 다가가게 하는 원동력은 될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다가가게만 할 뿐, 결국에는 그런 방식으로는 지쳐서 목표에 닿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저는 오늘 하루도 제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력과 성과를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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