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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집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걸작을 만들기 위한 집착

freemaden 2024. 1. 30. 02:39

영화 거미집은 밀정, 악마를 보았다, 인랑을 연출한 김정운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는 1970년대 감독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김열 감독이 거미집이라는 영화를 다시 고쳐 만드는 총제적인 과정을 그려냅니다. 영화의 소재가 과거 영화를 만드는 총제적 난국의 현장 그 자체를 담아내고 있고 영화 예술인의 집착, 고충이 이야기 속의 이야기에 은유적으로 숨겨져 있기 때문에 평소 영화라는 플랫폼을 좋아하시는 관객분들에게는 환상적인 작품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보는 목적이 맹목적인 재미에 있다면 이 영화는 기대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영화 거미집 줄거리 간략소개"

 

1970년대 평소 막장 치정물을 연출하며 평론가들에게 싸구려 감독이라 비난받던 김열 감독은 어느 날 현재 촬영을 다 끝낸 거미집에 대한 꿈을 계속해서 꾸게 됩니다. 이것이 운명의 계시라고 생각한 김열 감독은 시나리오의 결말을 포함해 전면 수정하기로 결심하고 영화를 다시 찍으려 하지만 영화 제작사 백대표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반발에 부딪히게 되는데...

 

 

"거미집이란 영화에 대한 감독의 집착"

 

김열 감독의 수정된 영화의 결말에서는 상류층 집안의 치정물로 이어지다 금고 안에 있는 재산을 독차지 하기 위해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됩니다. 하지만 집에 있는 거대한 거미가 등장해 그들 모두는 거미실로 고치가 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김열 감독의 영화에서 거미집은 김열 본인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한 영화에 대한 집착, 혹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세트장이 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영화라는 플랫폼 그 자체도 될 수 있습니다. 

 

 

김열 감독은 지금까지 스승인 신성호 감독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김열 감독이 유일하게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데뷔작도 신성호 감독이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틈을 타 그의 시나리오를 훔친 것으로 만든 것이며 이후 그와 비슷한 영화들을 만들려고 애써 왔지만 평론가와 대중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김열 감독의 작품들을 신성호 감독의 아류작이라 평가했습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는 자신에 대한 의심은 열등감으로 번져 마음속에서 더 커져만 갔고 결국 자신이 만든 영화를 다시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또 그의 이런 결정에 의해 배우들은 스케줄을 변경하면서까지 촬영장에 다시 와야 했고 영화 촬영이 완성될 때까지 그 누구도 세트장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김열 감독의 열등감으로 인한 영화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촬영장에 발이 묶이게 되는, 마치 거미집에 갇힌 사람에 비유됩니다. 

 

 

마지막 거미집은 영화라는 플랫폼에 매료된 관객들에도 비유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귀중한 2,3시간을 소모하면서까지 영화관에 머무는 자발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후 관객에 따라 작품에 따라 영화의 여운은 사람들을 매료시킵니다. 결국 영화 거미집은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의 고충을 그리면서도 영화라는 플랫폼이 가진 기묘한 에너지와 이에 매료된 사람들까지 담아냅니다.

 

 

"영화의 흥행에도 끝까지 웃을 수 없었던 김열 감독"

 

김열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수정한 영화를 개봉시켜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를 이끌어내지만 감독 본인은 끝까지 미소를 짓지 못합니다. 그것은 수정된 시나리오의 내용이 신성호 감독의 시나리오를 훔치려다 그의 연출력을 뛰어넘지 못하고 한계에 갇힌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남의 것을 훔친 것에 대한 죄책감, 그럼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 자신의 역량, 영화에는 감독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지난 날 비루했던 과거의 행적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었고 그렇기에 김열 감독은 인생작을 만들어 냈음에도 미묘한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영화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 본인이 그동안 영화계에 종사하며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김지운 감독은 지금까지 여러 흥행작, 명작들을 연출하며 스타감독 반열에 올랐지만 그럼에도 김지운 감독 또한 흥행실패 성적으로 묻힌 영화나 대중들의 혹평을 받은 영화도 없진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해 생긴 감독의 자괴감, 열등감, 그럼에도 영화를 연출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영화에 대한 집착은 영화 속의 영화에 등장하는 거미집 그 자체로도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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