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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스포 수면장애에 대한 일상적인 공포

freemaden 2023. 9. 8. 00:29

영화 잠은 봉준호 감독의 조연출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장편데뷔작입니다. 영화는 몽유병, 렘수면 행동장애를 소재로 수면이라는 가장 무방비한 상태에 놓인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공포를 그려냅니다. 또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의 일상 속에 갑자기 끼어든 렘수면 행동장애가 가져오는 파국에 대한 단계적 긴장감과 렘수면 행동장애에 대한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진부함은 걷어내고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밀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어 영화는 94분의 러닝타임동안 꽤 높은 몰입감을 유지합니다. 

 

 

"영화 잠 줄거리 소개"

 

남편 현수와 단란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고 있던 수진은 아래층에 이사온 새로운 이웃으로부터 새벽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는 항의를 받게 됩니다. 이웃의 항의가 트집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수진은 그날 이후로 현수의 몽유병 증세를 직접 목격하게 되고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남편을 데리고 병원에 진찰을 받게 합니다. 의사는 현수가 렘수면장애라고 진단하며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하지만 의학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현수의 몽유병 증세는 더 과격해지고 위험해지는데...

 

 

"현수의 이상증세에 대한 원인을 추적하는 아내"

 

현수가 잠에 들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긁어대 피가 나고 창문에 스스로 몸을 밀어넣어 추락할뻔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수진은 남편의 증세를 함께 극복해 나갈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일 먼저 현수를 병원에 데려가 진단을 받아보게 했고 의사 또한 여유로운 표정으로 렘수면 행동장애라는 뻔한 진단과 함께 현수의 증상이 치료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합니다. 그렇게 약을 처방받고 의사에게 주의사항까지 꼼꼼하게 기억한 수진은 무엇하나 빼먹지 않고 실천에 옮기지만 남편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반려견 후추를 잃게 됩니다. 

 

 

반려견 후추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이러니하게도 수진은 새 생명을 출산하게 되고 이 때부터 현수에 대한 불신과 아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져갑니다. 의학적인 치료가 전혀 현수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수진은 어머니의 조언을 따라 실력 좋은 무당을 불러 현수의 이상증세에 대한 원인을 알아보려 합니다. 무당은 생전 수진에게 집착을 가진 남성의 혼이 현수가 잠에 들어 무방비한 상태에 귀접함으로써 이 같은 사단이 벌어졌다고 말하고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서는 남자의 이름을 알아내 퇴마굿을 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이때부터 수진은 무당의 말을 맹신하게 되고 의학적인 치료보다는 무속신앙을 따르면서 남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잘못된 맹신과 효과적인 충격요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결말부"

 

무당의 말을 맹신한 수진은 초반부 여유롭던 모습은 사라지고 집착과 광기에 물든 여성으로 변해갑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불안감으로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이후 무당의 조언에 따라 남편의 의식이 없을 때 알몸인 상태의 남편을 무당의 퇴마의식에 데려갑니다. 하지만 퇴마의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자 수진은 현수에게 칼까지 들이밀며 악귀를 쫓아내려 하지만 아내의 낯선 모습에 놀란 현수는 수진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그곳에서 몇일간을 머물다 자발적으로 퇴원한 수진은 남편에게 현수가 접신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그리고 자정까지 현수의 몸에 빙의된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면 더 이상의 방도가 없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의 방법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초강수를 쓰게 됩니다. 

 

 

"열린 결말에 대한 다양한 해석"

 

수진은 아래층 새로 온 이웃으로부터 그녀가 이전에 살던 할아버지의 딸이었고 이전에 알고 지냈던 이웃 할어버지가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됩니다. 또 공교롭게도 할아버지가 사망한 이후부터 남편의 이상증세가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된 수진은 할아버지가 귀신의 정체임을 확신하면서 그의 딸을 납치해 인질로 삼습니다. 그리고 남편 현수 앞에서 자정까지 남편의 몸에서 나가지 않으면 딸과 손자를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이에 현수는 당황해하며 아내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수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진이 계속해서 인질의 목숨을 압박하자 현수 안에 빙의해 있던 할아버지는 현수의 입을 빌려 백기를 선언하고 현수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영화의 결말에 따라 당연히 현수는 자는동안 수진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던 할아버지 귀신에 의해 빙의된 것으로 비춰지고 이를 알아챈 수진이 할아버지의 딸을 인질로 삼아 압박하자 어쩔 수 없이 현수의 몸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달리 해석해 보면 당시 현수는 단역 배우일을 하고 있었는데 무속신앙을 맹신한 아내가 다른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자 다급해져 할아버지 연기를 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비록 전자가 일반적인 해석이긴 해도 나름의 열린 결말로 비춰집니다. 

 

 

"공포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보여주는 영화"

 

영화 잠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집이라는 공간과 가장 가까운 가족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일상에서 느낄만한 공감력이 높은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또 악령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프 스케어 연출로 영화를 포장하지 않고 그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통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단계적으로 키워 결말의 파국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냅니다. 더불어 주인공 부부를 연기한 이선규 배우와 정유미의 열연으로 만들어진 여러 인상 깊은 장면들은 극의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기에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공포장르를 애정하는 팬들에게도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는 수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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