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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랏말싸미 후기 배우 전미선의 마지막 유작

freemaden 2019. 7. 24. 14:31

영화 나랏말싸미는 개봉하기 전부터 많은 에피소드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먼저 영화 나랏말싸미에 대한 저작권 소송이 진행되었고 출판사 측에서 개봉금지 요청을 했지만 기각되었습니다. 나녹 출판사는 영화 나랏말싸미가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훈민정음의 길 - 혜각존자 신미평전'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주장하고 개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각본 사용의 허락을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요청을 하였지만 법원은 기각을 명령해 영화 나랏말싸미는 예정대로 7월 24일에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의 안타까운 비보는 바로 배우 전미선 씨의 사망소식이었습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일어난 사건이라 갑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소식이지만 결국 이번 영화가 전미선 배우의 유작이 된 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일 것입니다.

 

 

"나랏말싸미 줄거리 간단소개"

 

조선시대 세종은 유가 선비들의 반대와 저항을 무릅쓰고 백성들이 쉽게 쓰고 읽을 수 있는 문자를 창조하려 하지만 그 실마리조차 잡아내지 못합니다. 그러던 그때 일본 외교 승려단이 방문하고 조선에 필요 없는 팔만대장경을 증정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세종은 쉽사리 결정하지 않습니다. 이때 불교에 몸담고 있던 이름난 괴짜 신미 스님이 일본 외교 승려단을 설득해서 일본으로 돌려보내고 세종은 소리글자에 대한 이치가 밝은 신미 스님에게 글자 창조에 힘을 보태 달라고 합니다.

 

신미 스님은 불교의 언어로 소리글자에 대해 세종과 같이 연구하고 세종의 왕비인 소헌왕후 역시 물심양면으로 뒤에서 보필합니다. 그렇게 해서 한글은 창조됬지만 훈민정음을 반포하는 방법을 두고 유교와 불교 사이에서 세종은 유교학자들을 통해 반포하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신미스님은 세종의 이러한 결정에 반발하는데....

 

 

"결과보다는 과정에 무게를 실은 영화"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 탄생의 업적보다는 그때 당시의 조정의 상황과 조선의 상태, 그리고 글자의 원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파고듭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음모론이나 오락적 요소로 보이는 부가적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영화는 묵묵히 역사적인 부분들만 따라 서사적 이야기를 전개할 뿐입니다. 

 

당시 조선 시대 세종의 입장과 한글을 만들려 했던 동기, 유교와 불교로 나뉘어 분열되어 있는 종교, 소헌왕후와 신하들의 갈등은 이 영화의 큰 줄기이며 한글 창제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반면에 오락영화를 좋아하시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너무 역사적으로 치우쳐저 있기 때문에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송강호는 왕이 아니라 사람을 연기한다"

 

배우 송강호가 조선의 왕을 연기한 것이 이번만은 아닙니다. 영화 사도에서는 영조 역을 맡아 왕과 아버지의 심정을 제대로 표현해 냈습니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조선의 왕은 이전의 사극 영화에서 봤던 전형적인 타입이 아닌 불완전한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캐릭터의 심정을 절절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기합니다. 때문에 관객은 전지전능한 왕이 아닌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우 송강호가 연기는 관객들에게 공감이 되고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배우 박해일 또한 지금까지 본인이 잘 소화해냈던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우직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습니다. 하지만 박해일이 연기한 선미 스님의 경우 세종과 갈등을 겪는다는 점이 너무 현실과 괴리감이 생기는 부분이라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에서 가장 높은 신분과 비교적 낮은 신분의 관계에서 그런 격앙된 갈등과 다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주축 인물은 총 3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과 신미 스님, 그리고 소헌왕후입니다. 분명히 이 3명의 인물들을 연기한 3명의 배우는 대한민국 연기 배테랑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연기력으로 막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 주연 배우 이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인물들이나 활약상이 없다는 점은 영화를 조금 심심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세종의 한글 창조라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 이번 영화보다 잘 만든 영화를 상상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한글을 창조할 때 실제로 세종과 학자들이 고려했어야 할 글자적 원리와 소리의 원리들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시대의 상황들을 절묘하게 잘 맞춰 드라마로 각색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적 앙상블과 사극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조건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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