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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로호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스포 간병인의 서늘한 내면

freemaden 2022. 10. 2. 15:07

영화 파로호는 임상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와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의 관객들에게 먼저 공개되면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임상수 감독은 약 10년의 기간 동안 감독이 되기 위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기약 없는 데뷔에 대한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이때 시나리오를 작업하기 위해 내려간 태백 근처에서 만난 허름한 모텔의 여주인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 겹쳐져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해 외롭고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으며 그들의 억눌러왔던 어두운 내면이 분출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고들을 전개하면서 스산하고 차가운 스릴러를 완성합니다.

 

 

"영화 파로호 줄거리 소개"

 

치매 노모를 돌보고 있는 도우는 어머니가 물려준 허름한 모텔을 운영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거의 없고 어머니의 병세는 계속 심해지면서 삶의 무게에 버거워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힘겨워하던 도우는 어머니 이순이 복용하고 있는 신경안정제를 과다복용하면서 잠들어버리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이순이 모텔 카운터를 지키고 있을 때 한 젊은 남녀가 손님으로 들어오면서 미스터리 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사라진 어머니, 사라진 강아지, 그리고 호승의 등장"

 

약에 취해 늦은 시간에 깨어난 도우는 모텔 전체를 둘러보지만 노모 이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찾는 과정에서 모텔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강아지의 이름표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본인이 주인 잃은 강아지를 돌보게 됩니다. 이때 즈음에 아무도 찾지 않던 자신의 모텔에 호승이라는 젊은 청년이 찾아와 숙박하게 되고 근처 다방에서 일하고 있는 미리까지 합류해 도우의 모텔은 모처럼 활기를 띄지만 경찰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순의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자 동네 사람들은 도우의 범행을 의심합니다.

 

 

또 도우가 약에 취해 기절한 날 도우의 모텔을 찾은 젊은 남녀 중 여성의 시신이 산을 수색중이던 경찰에 의해 발견되고 여자의 휴대폰 사진 속에서 도우가 데리고 있는 강아지와 비슷한 사진이 나오면서 경찰마저 도우를 범인으로 의심합니다. 반면 도우는 어머니에 이어 자신이 데리고 있던 강아지마저 사라지자 이 모든 원흉으로 호승을 의심하면서 착한 효자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도우의 어두운 내면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어둠의 해방과 분출의 방아쇠가 된 호승"

 

이 영화의 중간부에 이르러 결국 노모와 강아지의 시신이 발견되지만 노모나 강아지가 직접적으로 호승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살인범에 대해서 어렴풋이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영화의 결말에서 도우의 모텔에 숙박한 젊은 여성을 살해한 범인이 경찰에 체포되어 범인이 도우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지만 영화는 그 이후에 일어난 살인사건들에 대해서 호승과 도우 사이의 줄타기로 관객들이 끝까지 두 사람 모두를 의심하게 만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갑자기 도우의 모텔에 나타난 호승은 결국 도우가 만들어낸 상상 속 캐릭터로 비춰집니다. 도우는 치매 어머니의 오랜 간병과 운영 사정이 점점 나빠져가는 모텔을 지탱해가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고 어머니가 복용하는 약을 먹으면서 내면의 어두운 욕망이 호승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호승은 도우가 그토록 억눌러왔던 어둠이기에 호승은 마치 도우에게 가스라이팅 하듯이 도우를 조종하면서 여러 가지 참혹한 일들을 저지르게 하지만 도우는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외면해버리면서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깊은 절망의 늪"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도우말고도 미리와 혜숙이 등장하는데 모두 도우와 비슷한 처지입니다. 혜숙은 남편이 있지만 루게릭 병에 걸려 몸 거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배우자를 홀로 간병해야 했기 때문에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는 도우와 유일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마을 사람입니다. 또 미리는 다방 일을 하고 있지만 점점 일과 사람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피신처로 도우의 모텔에서 머물다 갑니다. 결국 영화는 미리와 혜숙, 그리고 도우의 삶의 무게를 그려내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죽이게까지 만드는, 인생을 힘들게 버텨온 사람들의 내면에 억눌린 화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고 있는 절망의 깊이는 영화 제목 파로호와도 연결됩니다. 파로호는 일제가 만든 댐으로 6.25 때 수많은 중공군을 무찌르면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감독은 파로호 깊은 수면에 있는 전사자들의 시체가 마치 도우 내면의 어둠의 찌꺼기와 닮아있다고 생각했고 파로호의 물은 억눌러있던 도우의 어둠이기 때문에 모텔의 천장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 장면으로 도우의 심리상태를 간접적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우나 영화의 주요 인물들이 느끼는 절망감이 너무 서늘하고 어둡기 때문에 쉽사리 공감하기 어렵고 또 도우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 또한 스릴러로서 세밀하완성되어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장르적 매력은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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