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g

영화 우연과 상상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스포 언어의 매직

freemaden 2022. 5. 6. 17:48

영화 우연과 상상은 아사코, 해피아워,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입니다.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하면서 칸 영화제 각본상,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고 영화 우연과 상상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면서 평론가, 영화팬들에게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3편의 에피소드들이 모여 만들어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영화 제목처럼 우연으로 벌어진 사건들 속에서 인물들의 상상이 더해지면서 생겨나는 마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으로 세 인물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모델 일을 하고 있는 메이코는 사진 촬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친한 직장동료이자 사진작가인 츠쿠미로부터 최근에 만난 남성과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츠쿠미는 남성을 만난 첫날부터 서로가 너무 잘 통하고 잘 맞아 밤을 새울만큼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면서 그날이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다만 남성의 전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워 생긴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남성이 아직 진지한 연애를 시작할 준비가 안되었다는 걸 들으면서 메이코는 츠쿠미가 만났던 남성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헤어진 연인 카즈야키임을 직감적으로 눈치챕니다. 츠쿠미를 집에 먼저 보내고 택시 안에서 생각에 잠긴 메이코는 발길을 돌려 카츠야키가 일하는 오피스를 찾아가 그를 유혹하기에 이릅니다. 

 

 

메이코는 친구 츠쿠미가 카즈야키와 내면을 소통하는 진심으로 멋진 순간을 나눴다는 얘기를 듣고 카즈야키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메이코는 전 남자친구 카즈야키와 사귀는 긴 시간 동안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남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연인 카즈야키와의 관계를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메이코는 카즈야키를 만나 유혹하면서 츠쿠미와 자신 중에서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카즈야키는 메이코의 유혹에 갈팡질팡하다가 퇴근한 여직원이 잊은 물품을 다시 찾으러 사무실에 오면서 메이코의 유혹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후 메이코는 츠쿠미와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도중 길을 걸어가던 카즈야키를 우연히 목격합니다.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메이코는 전날 밤 사무실에서 끝내지 못했던 일을 카페에서 계속해서 마무리 짓는 상상을 하다 최악의 결말을 예상하고 현실로 돌아와 자리를 피합니다. 

 

 

"문을 열어둔체로"

 

대학교수 세가와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못해 낙제를 받은 사사키는 늦깎이 대학생이자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있던 나오에게 세가와를 유혹해 망신을 주자고 제안합니다. 사사키의 부탁을 처음에 거절했던 나오는 세가와가 집필한 책이 문학상을 수상하며 유명해지자 평소 존경하고 우러러봤던 세가와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나오는 사사키의 지시대로 세가와를 유혹하면서 모든 대화의 녹음을 진행하지만 세가와는 전혀 나오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았고 오히려 나오의 현실적인 진로 걱정에 진심 어린 상담을 해줍니다. 이 순간 두 사람의 사이는 내면에서 서로 교류하는 매직이 일어났고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나오는 세가와로부터 큰 용기와 위로를 얻습니다. 세가와는 나오가 지금까지 대화가 녹음되었다고 밝히면서 잘못을 고백하자 대화 도중 나오가 자신의 책의 구절을 읽었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녹음 파일을 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나오는 세가와의 책 전체를 낭독한 부분을 녹음해 보내주겠다고 말하면서 은밀한 조건을 제시하고 세가와는 나오의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기분 좋게 헤어집니다. 

 

 

하지만 나오는 세가와의 이름을 잘못 입력해 학교 관리자에게 녹음 파일이 발송됐고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유부녀인 나오는 이혼을 하게 되었고 세가와는 교수직에서 물러나 잠적합니다. 5년 뒤 나오는 사사키와 버스에서 우연히 재회하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사키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고 달콤한 키스로 유혹한 뒤 버스에서 내리는 나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사키의 모습으로 두 번째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다시 한번"

 

중년의 여성 나츠코는 고등학교 때까지 사랑했던 동성의 연인을 찾기 위해 동창회에 참석하지만 끝내 그녀를 찾지 못합니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기차역으로 발길을 돌리던 그때 예전의 연인과 비슷하게 생긴 여성을 발견하고 여성 또한 나츠코를 아는 듯한 낌새를 보이면서 나츠코는 의문의 여성이 사랑하는 연인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집까지 찾아가 대화를 나누지만 그녀는 아야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찾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웠던 두 사람은 잠깐이나마 각자 착각한 사람을 연기하기로 하고 과거에 하지 못했던 본심을 얘기하면서 과거의 미련을 정리합니다.

 

 

"사람의 내면이 서로에게 맞닿는 순간과 언어의 기능"

 

영화 우연과 상상은 세 이야기 모두 공통적인 면을 보이는 데 낯선 두 사람이 만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진심이 통하게 되는 기적적인 순간을 암시하거나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것은 우연의 순간이자 기적의 순간이고 그들은 남들과는 하지 않을 대화를 통해 서로의 내면을 위로하고 치유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삼자의 개입으로 인해 또 다른 우연이 펼쳐지면서 내면이 통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지속되거나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인간의 내면이 누군가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어떻게 위로받고 행복해지는지에 대해서 그 순간을 세 이야기 속에 담아내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특유의 대사만으로 사람의 깊숙한 내면과 사람 간의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