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log

[소설 도서리뷰] 82년생 김지영

freemaden 2019. 4. 29. 17:24

 

최근에 이 소설이 영화화가 확정되면서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작품이죠. 그 논란 덕분에 호기심이 생겨 책 한 권 뚝딱해버렸습니다. 일단 가독성이 좋은 책입니다. 전혀 어려운 구절이나 어려운 내용이 아니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왜 논란이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이 작품에 대해 헐뜯는 사람들과 의견이 동일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왜 논란이 생겨난 건지 이해는 할 수 있었다는 말이죠. 그리고 가독성은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남동생과 남동생의 몫은 소중하고 귀해서 아무나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되고, 김지영 씨는 그 '아무' 보다도 못한 존재인 듯했다.

 

- 23p 중에서 -

 

저 문단은 소설 속 지영씨의 어릴 적 얘기입니다. 저 한 구절만 봐도 지영 씨가 어린 시절에 가정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죠. 그리고 저런 가정이 아직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TV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서 가끔 저런 사연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걸 보고 있을 때면 낡은 유교사상이 아직도 뿌리 깊게 썩어있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 지어 차별 대우를 하는 현상을 아이들에게까지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어른들이 저는 정말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삐뚤어짐이 아이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때 개인적으로 너무 답답하고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 175p 중에서 -

 

저 대화는 김지영씨가 임신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남편은 그런 지영 씨에게 자신도 일하면서 가정 살림을 돕는다고 말했다가 지영 씨가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입니다. 저도 남자로서 저 남편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지영 씨의 저 울분이 의외면서도 조금은 공감이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렇게 들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정이 있고 부모가 있다는 건, 그런 짓을 용서해 줄 이유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 192p 중에서 -

 

회사 보안업체 직원이 여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해서 들통났는데 문제는 회사의 남직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여직원들이 남직원까지 다 신고했는데 회사 대표가 책임질 가정이 있어서, 노부모가 있어서 봐달라고 용서를 구하자 회사 여팀장이 위의 말로 일침을 가합니다. 본인의 잘못을 가장이라는 이유로 합의해달라는 어이없는 억지 논리가 뻔뻔하기도 했지만 뻔뻔한 이 논리와 변명이 생각보다 많은 어른들의 입에서 뱉어 나오는 이 사회가 조금은 씁쓸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 읽으면서 때로는 분노, 때로는 반성 "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대부분의 생각들은 ' 언제쯤이면 조선시대의 낡은 생각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없어질까" 였습니다. 가족이란 누군가 혼자 끌고 나가고 그래서 서열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맞춰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가족원들 모두가 자신을 위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 생겨나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그 희생을 반드시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이후에 희생을 묵과해서도 안되며 반드시 기억하고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가족이 병들고 사회가 병들어 문제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커져서 이런 소설이 출판되는 거겠죠. 읽고 난 후에는 답답하기도 하고 저 또한 잘못된 인식이 이미 고질병처럼 박힌 부분도 있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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