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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랑종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나홍진 제작

freemaden 2021. 7. 17. 23:10

영화 랑종은 셔터와 피막을 연출한 피산다나쿤 감독의 연출작으로 나홍진 감독이 각본의 원안을 만들고 영화의 제작을 맡아 한국 영화 팬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은 작품입니다. 곡성 이후 곡성의 무당 일광의 이야기를 좀 더 확장해보고 싶었던 나홍진 감독은 한국과는 다른 환경과 일광의 캐릭터와 좀 더 다른 색깔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피막으로 태국에서 최초의 천만 관객을 기록한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나홍진 감독에게 협업의 제의로 자신이 만든 연출 DVD 영상을 보내왔고 나홍진 감독은 태국의 샤머니즘과 자신의 기획의도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원안을 읽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제일 먼저 태국의 무당 30여 명을 만나 태국의 샤머니즘을 조사했고 특히 태국 북동부의 이산 지역에 1년간 거주하면서 영화의 무당 님의 캐릭터를 완성시켰습니다. 결국 영화 랑종은 한국말로 무당이라는 뜻으로 영화는 신과 악, 인간과 대자연의 관계를 통해 압도적인 힘 앞에서의 인간의 무지와 무력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 랑종 줄거리 소개"

 

태국 이산 지역 집안 대대로 바얀 신을 모셨고 지금은 본인이 랑종이 되어 바얀 신을 모시면서 마을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는 님은 언니 노이의 남편의 장례식에 참석합니다. 형부의 장례식에서 언니의 딸 밍의 상태가 이상함을 감지한 님은 언니에게 밍의 이상행동에 대해 이야기해보지만 노이는 님이 자신의 딸에게 신내림을 내릴까 두려워 딸의 이상증세를 내버려 둡니다.

 

 

결국 알 수 없는 생리혈과 고통에 몸부림치던 밍은 직장에서도 해고되고 집에서도 발작을 일으키면서 상태가 점점 심해져 갑니다. 그 외에도 사람들에게까지 해를 끼치는 돌방행동을 일삼던 밍은 결국 사이비 무당에게서 내림굿을 받다 도망치면서 실종되어 버리고 이 모든 것이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 밍의 오빠 멕의 원혼의 짓이라 여겼던 님은 멕이 자살한 나무를 찾아가 멕을 위로하고 설득하는 의식을 치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의식을 치르면서 님은 밍의 이상 증상이 멕 때문이 아니라 다른 알 수 없는 악령의 짓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야싼티아 가문의 비극"

 

님은 의식을 중단하고 바로 폐공장으로 찾아가 그곳에 쓰러져 있는 밍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합니다. 그리고 님은 밍을 조종하는 악령의 배후에 밍의 아버지 집안인 야싼티야의 비극적 역사와 관련되어 있음을 짐작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뛰어난 퇴마사와 함께 폐공장에서 퇴마의식을 준비하려 합니다.

 

 

영화 랑종은 밍이 악령에 홀리게 된 이유를 여러가지에서 찾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오랫동안 내려온 조상들이 저질러온 죄악에 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자신이 고용한 사람들에게 돌에 맞아 사망했고 할아버지는 공장운영이 힘들어지면서 보험금을 얻기 위해 거짓 방화를 저지르지만 실패해 자살합니다. 그 과정에서 공장에서 대피하지 못한 무수한 노동자들이 불에 타 죽는 비극이 일어났고 이 원혼들이 악령으로 변질되면서 밍이 악령에 붙들리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합니다. 

 

 

"바얀 신과 악령들의 한쪽으로 기울어진 대립"

 

여러 악령들이 밍의 몸과 의식을 잠식해 갔고 님은 조카를 구하기 위해 바얀 신의 목소리와 신의 계시에 귀 기울여 보지만 영화에서 바얀 신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거나 악령에 맞서는 힘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님은 점점 자신감과 믿음을 잃어갔고 사건의 중심에서 해결사 역할을 할 것 같았던 랑종 님은 퇴마 의식 전 잠자다 사망하면서 상황은 점점 절망적으로 변해갑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퇴마 의식"

 

님이 사망했음에도 퇴마사는 제자들을 이끌고 폐공장에서 예정대로 퇴마 의식을 진행합니다. 퇴마사는 밍의 엄마 노이를 밍인 것처럼 속여 악령들을 유인했고 집의 방에 부적을 가득 붙여 밍을 가둬둔 채로 의식이 진행됩니다. 의식은 예정대로 의도대로 계속되는 것 같았지만 밍이 집에 있던 외숙모를 속여 갇힌 방문을 열게 만들면서 퇴마 의식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때부터 퇴마의식은 반대로 악령들이 지배하게 되면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과정을 그리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로 꾸며져 있고 다큐 연출팀이 이산 지역의 랑종 님과 님의 가족을 3개월간 취재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상업적인 공포영화보다는 좀 더 캐릭터와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높습니다. 또 나홍진 감독이 각본의 원안을 완성한만큼 이번 영화에서도 나홍진 감독 특유의 비관적인 세계관이 잘 나타나 있는데 그것은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님의 살아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녀가 한 말의 의미에 모두 함축되어 있습니다. 님은 퇴마 의식 전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제작진 앞에서 바얀 신을 모셔왔지만 한번도 바얀 신이 자신에게 와 있다는 느낌을 확신한 적 없었다고 고백하고 흐느끼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는 완전한 끝을 맺습니다. 결국 영화는 랑종 님의 입에서 신에 대한 믿음을 확신할 수 없다는 걸 고백하게 만듦으로써 불가사의한 현상이나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비극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보여주고 그로 인한 공포를 표현하는 데 성공합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 비해 영화 랑종은 잘 표현되어진 부분도 있지만 반면에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한 장면들이나 공포영화로서 진부한 연출도 간혹 눈에 띄는 장면이 보여 아쉬운 면도 많습니다. 특히 퇴마 의식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악령에 씌인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장면들은 단조로운 패턴으로만 그려져 결말이 특히나 부족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랑종은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을 좋아하시는 관객분들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며 신과 인간의 믿음, 그리고 그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비극적인 재난이나 악의 존재에 대해 깊이 탐닉할 수 있게 하는 공포영화로서 연출자와 제작자의 메시지와 의도를 충분히 실어낸 작품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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