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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움길 후기(귀향 제작진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freemaden 2019. 6. 22. 15:30

영화 에움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입니다. 실제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육성과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번 영화 이외에도 '주전장'과 '김복동'이 순서대로 개봉할 예정입니다.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약간의 우려가 있었던 부분은 이 소재가 감정적으로 힘들고 답답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피로감과 거부감을 주는 영화로 변질되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화 에움길을 만든 이승현 감독은 이 부분을 감지하고 영화 내의 감정조절을 최대한 노력한 듯 보였습니다. 때때로 분통할 만한 사실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 영화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해방 후에 할머니들이 어떻게 인생을 사셨는지 일상생활의 모습들을 보여주기에 영화 전체적 분위기는 고요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영상에서 처음 보게 된 위안소"

 

영화 처음에는 현재 중국 만주에 보존되어 있는 일본군이 쓰던 위안소를 보여줍니다. 싸늘하고 차가운 낡은 건물의 내부가 화면에 비춰지면서 할머니들이 소녀시절 어떻게 그곳으로 강제로 끌려가시게 된 건지 육성인터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한 일들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장면은 생각보다 충격적입니다.

 

저는 이 비극적 사실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영화 초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오고 있는 할머니들의 에움길"

 

에움길의 뜻은 반듯하지 않고 굽어있는 길을 뜻합니다. 영화는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이 보상이 아닌 배상을 받기 위해 지금까지 에움길을 걸어온 과정을 보여줍니다. 평범한 일상 장면도 많았고 시위 현장에도 계셨으며 강연장에서 강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보다는 일본 사람들 중에서도 할머니들의 강연이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이 할머니들의 뜻을 왜곡하고 배제한 상태에서 일본과 합의하고 풀리지 않은 문제를 덮어버리는 과정이 무서우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할머니들이 왜 지금까지 에움길로 돌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국가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것입니다.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영화 에움길은 달리 말하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16년간 촬영한 할머니들의 비디오와 CD 1600여 개로 만든 결과물입니다. 할머니들 전부 연세가 90을 넘기셨고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 중 생존자는 21명입니다. 안타깝게도 시간은 할머니들의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다음 세대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전달할 수 있습니다. 1시간 조금 넘는 영화 상영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역할을 다 한 것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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