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g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후기(허진호 감독의 웰메이드 사극)

freemaden 2019. 12. 27. 11:48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허진호 감독의 연출작으로 조선 시대 최고의 명군이라 평가받고 있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행복을 연출한 감독으로 그의 연출작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관계와 그 관계를 구성하는 감정을 잘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는 드라마 장르의 달인입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역시 주인공 장영실의 업적과 천재적인 재능에 관해서 집중하기 보다는 노비 출신인 장영실을 인재로 등용한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려를 멸하고 새로 나라를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궁 안의 피바람이 그칠 날이 없었던 태종 이방원의 시대를 지나 그의 아들인 세종이 다스려야 했던 조선의 상황과 임금 세종의 입장에 대해서도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작품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수월한 영화입니다.

 

 

"조선의 시간과 천문학을 새로 만들어낸 장영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주목하고 있는 장영실의 업적은 두 가지입니다. 당시 조선은 하루 24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없어 시간의 흐름을 측정할 수 없었는데 장영실이 자격루라는 시계를 만들어냄으로서만들어냄으로써 조선의 사람들은 하루 시간의 흐름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영실은 당시 전혀 진일보가 없었던 과학기술인 조선의 천문학을 혼천의라는 천체 관측 기구를 만들어냄으로써 조선의 과학을 발달시킨 최초이자 유일한 인물입니다.

 

 

"중국 명나라와 사대부의 간섭이 싫었던 세종"

 

세종이 다스리기 전 조선은 명나라의 많은 것들을 빌려와 명나라의 속국이라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 할 만큼 신하 나라를 자청했습니다. 또한 조선을 세우는데 일조한 조선의 사대부들은 자신의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명나라를 섬기며 따르는 조선의 많은 것들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 반대했습니다. 조선의 임금으로서 세종은 강대국인 명나라와 개국공신이거나 그들의 후손인 사대부들을 무시할 수 없었고 항상 타협하고 굴복해야 했습니다.

 

 

또한 폭군이라 불리었고 많은 사람들의 공포의 대상이였던 자신의 아버지 태종 이방원과는 다른 길을 걷고 싶었기 때문에 당시 세종대왕 자신이 정하고 걸어가야 했던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은 노비 출신인 장영실의 재능을 발견하고 신분과 상관없이 장영실을 인재로 등용합니다. 물론 많은 신하들이 반대했지만 또 그들과 타협하고 장영실을 등용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명군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장영실과 세종의 만남과 안여 사건"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 임금의 가마가 부서진 사건 안여 사건과 장영실과 세종의 만남, 이렇게 두 사건을 동시에 전개합니다. 결국 장영실과 세종이 처음 만났던 관계의 시작과  안여 사건으로 역사의 기록에서 없어진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의 종점을 영화는 동시에 보여주는 셈입니다. 최근 한국 사극 영화에서 많이 쓰고 있는 연출법으로 영화의 후반부와 이야기의 시작을 동시에 진행시킴으로써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몰입도를 높여주는 효율 좋은 연출법입니다.

 

 

"신하들의 대표로 세종과의 협상에 나선 영의정 황희"

 

황희는 조선 4대의 임금을 모셨던 신하로 피바람이 불었던 태조, 태종의 시대를 잘 버텨낸 정치가입니다. 세종 당시 황희는 영의정의 벼슬에 올라 원로대신으로 신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임금과 협상하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황희의 차분한 성품을 살린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황희는 세종의 신하로 비춰지기보다 신하들의 편에 서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악인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황희 정승이라는 인물에 대해 평가와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말들이 생겨날 것 같아 조금은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하이라이트는 장영실의 업적이나 세종대왕의 업적도 아닌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다룬 브로맨스입니다. 신분의 극과 극인 노비와 임금의 만남으로 시작된 아이러니한 인연이 몇십년이 지나 얼마나 끈끈한 사이로 변화되었는지의 과정이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습니다. 또 이 둘의 관계에서 오는 울림과 감동이 신파에 의존한 연출법이 아닌 자연스러운 전개로 인물들의 감정의 층을 촘촘히 쌓아 올려 관객들의 감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극에서 대부분 실패하는 브로맨스를 이 영화에서는 전혀 어색함 없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로서 자리합니다.

 

 

"세종 역의 최고의 연기자는 한석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한석규는 세종 역을 맡아 반전 있는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보통 세종 대왕을 생각했을 때 관객들은 그의 업적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가가지만 배우 한석규는 인간적인 세종을 연기하면서 세종의 업적보다는 세종의 가치관, 답답함, 세종이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서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감독의 상상력에 의한 연출이었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연출이었든, 그것과는 별개로 배우 한석규가 연기하는 세종대왕은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최고의 세종대왕 캐릭터입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사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영화로서의 매력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스토리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허진호 감독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어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는 데 성공합니다. 역사적 사서의 단 몇 줄에 기반하여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은 당시 조선의 상황과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두 인물의 입장에 몰입함으로써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잠깐이나마 체험하는 것입니다. 사극 영화 장르의 최대 장점으로서 이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우리의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웰메이드 사극 영화입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