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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심원들 후기(홍승완 감독의 완벽한 데뷔작)

freemaden 2019. 12. 25. 08:42

영화 배심원들은 2008년 대한민국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제도가 처음으로 실시된 재판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실화 영화입니다. 홍승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손익분기점 160만을 넘기지 못한 만큼 관객들에게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2019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인상 깊었던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승완 감독은 작품 안의 실존 인물들, 특히 김준겸 판사를 찾아가 영화 각본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국민참여재판이 실행된 사건들의 다양한 케이스를 조사하면서 영화 속에 존재할 수 있는 법적 내용의 허점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영화 배심원들 줄거리 소개"

 

대한민국 역사상 첫 국민참여 재판이 열리고 배심원으로 선정된 8명이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의 재판에 참여하게 됩니다. 범인인 아들의 자백으로 이 사건은 금방 만장일치로 마무리 될 것 같았지만 권남우 배심원이 사건의 증거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재판의 향방이 달라지게 됩니다. 

 

 

다른 7명의 배심원은 재판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진지한 태도로 재판에 임하지 않지만 권남우 배심원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인해 다른 배심원들도 마음을 바꾸고 진중한 마음가짐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판사 김준겸 또한 이목이 집중된 이 재판을 빠르게 마무리 짓길 원했지만 배심원들이 발견한 사건 증거들의 허점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유죄와 무죄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법의 허점으로 만들어진 복지 사각지대"

 

영화 배심원에서 사망한 어머니와 아들은 지독한 가난으로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아들은 어릴 때의 사고로 손가락을 전부 잃어 취업을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들과 어머니는 동사무소로 찾아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신청을 하러 갔지만 공무원의 답변은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아들이 동사무소에서 난동을 피우게 되고 공무원에게까지 상해를 입히지만 공무원은 두려움에 떨면서 법이 그런 걸 어떡하냐는 힘 빠지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진 제도와 법이 상황과 현실에 맞지 않게 만들어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심원의 왕따, 권남우의 활약"

 

배심원들은 모두 법에 관해 문외한으로 사건에 대해서 깊게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또한 눈에 보이는 증거와 증인들의 말만 믿고 모두 피의자인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단정지어 버립니다. 권남우 배심원만이 아들이 범인인 것에 대해서 쉽게 결정하지 않고 증거와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에 관해서 고민합니다. 

 

 

처음에 배심원들은 권남우 배심원의 이러한 행동에 관해서 꺼려하고 권남우 배심원의 의견을 다수결로 묵살하려는 생각까지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게 되면서 다른 배심원들도 권남우 배심원의 진지한 태도에 전염되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영화의 결말에는 권남우 배심원의 태도를 경멸했던 배심원들까지 발 벗고 나서는 기적같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하나의 진실이 밝혀질때까지"

 

어머니가 살해되고 아들이 범인으로 자백하지만 다시 아들이 범행을 부인하는 이 평범하지 않는 상황에 영화는 끝까지 진실이 무엇인지 사건의 전말을 전부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관객들은 가능성 높은 사실들을 추리하거나 어렴풋이 추리할 뿐입니다. 사건의 전부를 밝히지 않지만 배심원들이 추리할 수 있는 한계까지 보여주고 그 실마리 안에서 어떠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고 배심원들의 역할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보여줍니다.

 

 

"진실을 밝히기보단 위선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법기관"

 

재판부는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시민들과 나누게 되었고 이 역사적인 순간에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지만 재판부는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드높이는데 집중을 하지 않고 자신들이 세상과 언론에 보이는 권위와 모양새에 더 신경을 씁니다. 법을 집행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안위와 위신밖에 생각하지 않아서 법에 구조된 사람보다 법에 의해 희생된 억울할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영화 배심원은 등장하는 각각의 배심원들이 개성 있게 표현되어 있는 점도 좋았고 뚝심과 강단 있는 문소리의 판사 캐릭터도 과장되지 않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결말에 도달할수록 법적 싸움이 아닌 관객들의 감정에 의존하는 장면들도 다소 존재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밀도 깊게 전하고 있고 관객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는 것과 동시에 영화가 주는 다양한 메시지에 대해서 뒤돌아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수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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