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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후기(최초의 IMF 한국영화)

freemaden 2019. 9. 11. 05:33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대한민국이 빚에 허덕이며 IMF의 금융구제를 받아야만 했던 암울했던 1997년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잠 못 들었던 밤으로 기억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작업은 분명 쉽지 않은 점이 많았을 겁니다. 일단 대한민국이 국가부도의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너무 어렵게 표현되면 관객들이 영화를 이해하거나 몰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OECD 선진국에 가입한 한국이 1년 만에 IMF 사태까지 오게 된 과정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영화로 잘 연출되었으며 때문에 경제 용어를 잘 몰랐던 관객분들이나 한국 근대사에 관심이 없던 분들에게도 이 영화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쉽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IMF 사태만 기억하고 있고 그 과정과 원인, 그리고 그 이후에 변화된 대한민국에 대해서 정확히 아시는 분들은 드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과거의 한 단면을 정확히 비춰주는 거울 같은 영화입니다.

 

 

"국가부도의 날 줄거리 소개"

 

한국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한시현 팀장은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서를 올리지만 제대로 보고되지 않습니다. 상황이 최악으로 이르렀을 때 이 보고서를 보게 된 한국은행총제는 정부에 보고서 내용을 이야기하고 정부 또한 이를 무시하다가 뒤늦게 비공개 대책팀을 구성합니다. 하지만 이미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낮아질 때로 낮아진 상태였으며 기업들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빚폭탄을 안게 되어 부도가 나기 일보직전인 일촉측발의 상황입니다. 

 

 

한시현 팀장은 여러가지 수치에 근거하여 대한민국이 국가부도가 될 때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다고 정부 고위층 관료들에게 설명하지만 정부 고위층 관료들은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국민들에게 이 사태를 알리지 않은 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상황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째깍 거리는 빚더미 폭탄의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재난영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IMF 사태라는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재난을 다룬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한국형 재난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세 인물의 시선으로 그 당시의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의 경제사정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국가부도를 막으려 노력했던 한시현 팀장, 두번째는 우연히 라디오 사연으로 한국 경제가 심상찮게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하고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잡으려 한 젊은 청년 윤정학 사업가,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위기 속에 소규모 공장을 운영 중인 갑수입니다. 

 

 

영화는 똑같은 재난과 위기에 각기 다른 입장과 대처를 보여줌으로서 IMF 사태를 다양한 각도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든 엄성민 작가는 옛날 신문에서 IMF 비공식 대응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읽고 스토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엄성민 작가는 직접 IMF 사태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취재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시나리오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갑수의 '누구도 믿지 말라'라는 대사는 실제로 취재한 사람들이 증언한 부분으로 나라의 재난상황에서 국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개인이 스스로 사태를 점검하고 파악해서 대응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씁쓸한 부분입니다.

 

 

"구멍이 안 보였던 배우들의 열연"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대사와 캐릭터들의 대립만으로 영화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합니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100%이상 소화해 냈으며 특히 김혜수는 경제 전문가인 한시현 팀장을 완벽하게 구현해내기 위해 실제로 경제수업을 따로 듣기도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습니다. 영화의 두 악역을 연기한 뱅상 카셀과 조우진 또한 보는 관객들의 분노와 답답함을 유발하게 하는 캐릭터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1차원적이고 너무 감성적인 캐릭터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너무 쉽게 나뉘어져있는 악역과 선역입니다. 한시현 팀장은 과도할 정도로 정의감에 불타 불의에 맞서고 재정국 차관의 조우진 배우는 노골적으로 악역으로 나옵니다.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는 사람 잘 믿고 감성적인 인물로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의 인물들은 전형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참신하게 느껴졌던 캐릭터는 유아인이 연기한 윤정학인데 윤정학은 미래를 내다보는 관찰력으로 IMF 사태에서 유일하게 돈을 벌었던 시민입니다.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 인물 또한 참신한 느낌은 좋았지만 연출이 캐릭터를 개연성과 공감력이 떨어지게 만들어 아쉬운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부도의 날은 어쩌면 잊고 있었던 지난날의 대한민국의 치욕을 들어내고 다시 한번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은 그때와 과연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 '다시 한번 그런 국가재난사태가 발생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선택과 대응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절대 속지 않는다'는 영화의 대사와 같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이 어떠한 태도와 자세로 시국을 바라봐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잘 만든 한국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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