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은 정의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는 2차 세계 대전 후 한국에 가지 못하고 일본에서 살아야만 했던 재일교포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정의신 감독은 일본의 각본가로 활동했으며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은 자신이 만든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정의신 감독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자신의 어릴 적 겪었던 일들을 영화에 반영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실화로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정의신 감독은 어릴 때 공항 옆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살았으며 정의신 감독의 아버지가 공항 건설에 강제로 동원되고 전쟁이 끝난 후 아무 보상 없이 가족들과 남겨져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가난한 일본인들과 재일교포들이 함께 섞여 살았고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남겨져 스스로 고군분투하던 재일교포의 애환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줄거리 소개"
1960년대 공항 옆의 작은 마을에서 곱창집을 하고 있는 용길이네는 마을에서 소문난 딸 부잣집입니다. 용길이는 전쟁 때 한쪽 팔을 잃고 외쪽팔만으로 재혼한 아내와 함께 곱창집을 운영하면서 딸 셋, 아들 하나를 키워냈습니다. 하지만 딸들의 불행한 연애와 결혼생활로 인해 집안은 조용할 날이 없고 하나뿐인 아들마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돌아와 용길이의 근심은 커져만 갑니다. 게다가 일본 관청에서 용길이네 가게의 땅이 국유지라고 주장하면서 용길이네 곱창집은 폐업 위기에 봉착하는데...
"재일교포의 이야기와 연애 스토리"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은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차별받고 서러움을 느끼는 스토리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았지만 의외로 영화는 용길이의 딸들의 연애 스토리에 몰두합니다. 장녀인 시즈카와 둘째 리카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오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이 때문에 항상 시즈카와 리카는 갈등을 겪습니다. 시즈카는 장녀답게 둘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양보하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또한 시즈카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셋째 리카 또한 술집의 웨이터와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술집의 웨이터는 유부남으로 바람피운 걸 들켜 또 한바탕 사랑과 전쟁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영화는 초중반까지 세 딸의 연애이야기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재일교포가 겪었던 리얼한 이야기들의 비중이 적어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용길이네의 막내 아들 토키오"
영화는 유일하게 토키오를 통해 조선인들의 차별을 이야기하지만 토키오를 통해 보이는 일본학교 재일교포학생들의 왕따 장면 그리고 선생님의 무관심은 비중이 적게 그려진 데다 보이는 방식 또한 진부하게 연출해 어쩌면 극 중 반전을 꾀할 수 있었던 토키오의 이야기가 금방 지나가버리는 느낌입니다.
토키오는 학교에 가기 싫은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인 용길이가 일본식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못 이겨 자식을 계속 학교에 보내고 토키오는 계속된 폭력과 차별에 시달립니다. 결국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앉은 토키오는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고 이때부터 영화는 용길이의 시선을 통해 재일교포가 겪어야 했던 서러움, 일본에게 받은 차별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시청에서 강제철거 통지가 내려오고 딸들의 연애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는 시점에서 용길이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하고 담담하게 내놓습니다. 그 장면이 이 영화가 그동안 관객에게 보여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장면으로 5분 정도의 용길이의 고백에서 용길이는 자신이 왜 이 쓰러져가는 마을에 남았고 왜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아야만 했느지를 이야기합니다.
배우 이정은과 김상호의 열연으로 영화의 스토리는 어떻게든 몰입감 있게 끌어가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가 한국의 관객들에게 큰 울림의 이야기로 다가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결말에서 딸들과 사위들 그리고 용길이 부부가 각자 헤어지는 장면은 허무감마저 들게 합니다. 딸들의 연애사업에서 재일교포의 서러움과 감동으로 영화는 뒤늦게 분위기 전환하려 하지만 감정과 감동들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좀처럼 잘 얘기하지 않았던 해방 후의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소재는 참신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딸들의 연애 스토리에 더 비중을 두게 되면서 영화는 주말연속극이 되고 맙니다. 배우 이정은과 김상호의 열연으로 작품 스토리를 어떻게든 끌어가지만 그것만으로는 하이라이트인 영화의 결말이 관객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못해 아쉬운 작품으로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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