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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저 시커 후기(아무르의 밝은 버전)

freemaden 2019. 12. 16. 13:39

영화 레저 시커는 동명 소설 레저 시커를 원작으로 한 노부부의 여행 이야기입니다. 영화 제목 레저 시커는 노부부가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던 캠핑카의 이름으로 치매에 걸린 남편과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내가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입니다. 노부부 역할에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던 헬렌 미렌과 도널드 서덜랜드가 맡았고 그 외의 등장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두 배우의 연기 조합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잔잔하고 스토리 전개가 빠르지 않음에도 영화의 몰입감이 유지될 수 있는 부분은 두 주연 배우의 내공 깊은 연기력 때문입니다. 또한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슬프고 암담하게 그려내지 않고 그 여행 안에서 벌어지는 뜻밖의 사건들과 여행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노부부의 아직 식지 않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어 울림 있는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영화 레저 시커 줄거리 소개"

 

아내인 엘라는 불치병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고 남편인 존은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저 자신의 자식들까지 못 알아볼 정도로 요양시설에 머물러야 할 상황입니다. 엘라는 생애 남편과의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고 자식들 몰래 자신들의 고물 캠핑카인 레저 시커를 몰고 여행길을 나섭니다. 다음 날 엘라의 아들 윌이 부모들이 없어진 걸 알고 경악하지만 자식 속도 모른 체 오랜만에 여행길에 오른 노부부는 그저 들뜨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여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남편 존의 치매 증상은 더욱더 심해져 갔고 결국 아내인 엘라의 이름과 모습마저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엘라 또한 종양이 장기의 곳곳에 전이가 진행돼 고통이 심해지던 그때 노부부는 결국 최종 목적지인 작가 헤밍웨이의 생가에 도착하게 됩니다. 남편 존이 들떠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 때 아내 엘라는 고통에 쓰러지게 되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데...

 

 

"영화 아무르가 자꾸 생각나는 작품"

 

영화 레저 시커를 관상하다 보면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대표작인 아무르가 자꾸 떠오릅니다. 두 영화는 모두 노부부의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그 시점을 이야기하고 있고 결코 이 부분에서 신파로 포장하거나 극적인 기적으로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흡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사회에서 문학 전공의 대학교수로 사회적 지위와 안정된 부를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매 앞에서 인간적 본성을 자꾸만 잃어가는 남편의 모습은 아무르에서 책과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병 앞에서 점차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아내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영화 레저 시커에서 아쉬운 부분은 바로 노부부의 사랑 스토리입니다. 남편이 치매로 자꾸 아내의 첫사랑에 대해서 언급하고 질투해서 남편의 억지에 결국 아내는 첫사랑의 근황을 알아보고 직접 찾아가는 스토리의 전개는 공감력이 많이 떨어지는 스토리의 전개입니다. 그곳에서 확인한 건 결국 아내의 이름도 모습도 기억하지 못하는 요양시설에 갇힌 한 노인이었습니다. 

 

 

또한 남편이 치매로 아내를 자신이 바람피운 상대로 착각해 자신의 불륜 과거를 아내 앞에서 모두 발설하는 장면과 그 과거를 분하지만 용서하는 아내의 감정 또한 이 영화에서 인위적인 연출이 많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차라리 과거의 사건에 얽매이지 않고 노부부가 현재의 생활함에 있어서 건강에 관련된 불편함과 서로 의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힘들고 버거워하는 장면들을 좀 더 영화에 집중해서 연출했다면 영화의 마지막이 좀 더 울림이 커지는 효과를 낳았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사람다움을 잃기 전에 가야 할 길"

 

영화 레저 시커의 하이라이트는 부부가 서로의 마지막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들입니다. 남편 존은 가끔씩 제정신으로 돌아왔는데 그때 아내에게 자신이 지금보다 증세가 더 악화될 경우 자신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서 설명해 준 뒤 방아쇠가 당겨져 있는 총을 건네 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합니다. 결국 아내는 오줌도 못 가리게 된 남편과 함께 자신이 해야만 했었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더 이상 사람다움을 잃기 전에, 서로에 대한 사랑했던 기억을 잃기 전에 남편을 위해서 아내가 해야 했던 최후의 선택은 관객들에게도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기는 장면입니다.

 

 

영화 레저 시커는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충분히 성공하고 있습니다. 노부부의 상황과 결과를 포장 없이 절절하게 담아낸 부분도 좋았고 무엇보다 헬렌 미렌과 도널드 서덜랜드의 연기의 합이 두 사람의 깊은 연기 내공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아무르를 공포 버전이라고 한다면 레저 시커는 좀 더 밝은 버전으로 불편한 주제와 소재의 영화를 좀 더 편하고 진지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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